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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창 선생 白壽 기념 오찬 열려
현역 최고령 아나키스트인 수민(樹民) 이문창(李文昌) 선생의 백수(白壽?99세) 축하 오찬이 2025년 5월 13일 오후 2시, 지하철 3호선 녹번역과 은평구청 사이에 자리한 ‘백년백세토종삼계탕’에서 개최됐다.
수민 선생을 비롯해 강정훈, 권재섭, 김돈회, 김미령, 김창덕(회장), 김치홍, 백경남, 손병주, 신항식, 엄기선, 엄동일(전 회장), 윤재석, 이동희, 이현익(부회장), 정인선(故 정창석 부인) 등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백수연(白壽宴)은 김창덕 회장의 사회로 간략하게 진행됐다.
먼저 엄동일 전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수민 선생의 소감을 들었다.
수민은 “내가 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모두 동지들의 수고 덕분에 이날까지 국민문화연구소가 발전해 왔다”고 전제하고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소의 도약을 위해 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회장이 수민의 일생을 압축한 시를 낭송함으로써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던 바, 수민의 지난날을 회고하는데 잠시나마 큰 감동을 선사했다.
김 회장이 낭송한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승의 날, 수민 이문창 선생께
-2025년 스승의 날에 드리는 시-
한 사람의 꿈이 있었습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삶을 살겠노라던
열여덟 소년의 맑은 눈동자에 담긴,
그 지극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을지로 적산가옥 낡은 계단을 오르던 발걸음,
자유와 평등, 상호부조를 입김처럼 나누던 큰 선생님들 곁에서
선생은 배우셨지요
이념보다 사람을,
권력보다 양보를,
이용보다 배려를.
총칼이 오가는 땅에서도
징집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몸으로 평화를 가르치셨고
배움이 메마른 들판에서는
논밭에 글자를 심고
마을마다 자치를 가꾸셨습니다.
아나키즘은 스승님의 삶에서 꽃이 되었습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강제가 아닌 자발로,
분열이 아닌 연대로
우리에게 다가온 따뜻한 뿌리였습니다.
수민 선생님, 선생님의 한평생은
사라지지 않는 등불이었습니다.
5·16의 밤에도,
군화발 아래서도,
우리는 그 불빛 아래 모여
다시 마을을 꿈꾸고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아흔아홉 해를 지나온 오늘,
다시 선생님의 발자국을 더듬습니다.
선생님의 걸으신 마을길에서
우리도 묻습니다 ?
"이웃의 자유는 안녕하신가요?"
수민 선생님!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이 작은 손들로
풀뿌리를 일구고,
이웃과 마주 앉아
자치의 밥상을 차리겠습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평화가 우리에게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스승의 날,
제자 일동 올림
이어서 삼계탕과 인삼주를 곁들인 오찬이 진행되었고, 오찬 종료 후 케이크 커팅에 이어 식당 뜰 앞에서 수민 선생을 중심으로 참석자들의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일행은 수민 선생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은평구청 앞 커피숍에서 차담회(茶談會)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수민은 대한민국의 건국 및 광복 이후의 지정학적 구도와 현재 상황을 설파함으로써 고령에도 지적인 두뇌 활동으로 끊임없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본을 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6~7월 실시할 《아나키즘 학교》에 대한 공지와, 12월에 연구소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할 아나키즘 정기학술대회에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이날 뒤풀이는 오후 네 시쯤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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